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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모델 5가지 유형 - 무엇을 만들지부터 정하기

플럭사플로 2026. 9. 12. 14:47

재무모델의 유형이란 : 목적이 다르면 지도가 다르다

재무모델의 유형을 비유하자면 한 도시를 그린 여러 장의 지도에 가깝습니다.

같은 서울을 그려도 지하철 노선도와 등산 지도와 한강의 해도는 전혀 다른 그림입니다. 노선도는 거리와 방향을 왜곡하는 대신 환승역만은 정확히 표시하고, 등산 지도는 등고선을 그리고, 해도는 수심만 적습니다. 어느 지도가 더 정확한지는 질문이 되지 않습니다. 누가 어디로 가려고 펼치는지에 따라 필요한 지도가 정해질 뿐입니다.

 

재무모델도 같습니다. 회사를 위한 시뮬레이터라는 점은 어느 모델이나 같지만, 누가 읽고 무엇을 결정하는지에 따라 시트 구성과 마지막 숫자가 달라집니다. 재무모델은 목적이 구조를 정하기 때문에, "재무모델을 만들자"에서 시작하는 작업은 구조를 다시 짜는 것으로 끝나기 쉽습니다. 재무모델링 표준인 FAST의 첫 단계는 모델의 목적과 필요한 디테일 수준을 정하는 "범위 정의"이고, 영국공인회계사회(ICAEW)의 스프레드시트 20원칙도 대상 독자를 특정하고 필요한 산출물에 초점을 맞추라는 원칙을 앞쪽에 두어 강조합니다. 대주단에 낼 상환능력 표가 필요한 상황에서 회사 전체의 3개 재무제표 연동 모델부터 만들고 있다면, 열심히 만들수록 목적지에서 멀어집니다.

 

그러면 유형은 몇 개일까요.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CFI는 10가지로 나누고(CFI, Types of Financial Models), Wall Street Prep은 3표 모델을 포함해 여섯 가지를 다룹니다. 이 글은 "누가 읽고, 마지막 숫자가 무엇인가"를 기준으로 다섯으로 묶습니다. CFI의 예산·예측·연결 모델은 예산 모델 하나로, DCF와 부분합(SOTP)은 밸류에이션 모델로, 합병·IPO·LBO는 거래 모델로 들어갑니다. 반대로 부동산·인프라의 프로젝트 파이낸스 모델은 CFI나 Wall Street Prep 커리큘럼 기준으로는 별도 항목이 없는데, 투자은행·기업금융 교육과는 결이 다른 전문 영역으로 취급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 시리즈는 부동산 PF와 사업성 검토를 함께 다루므로 독립 유형으로 두고, 옵션가격결정 모델처럼 다섯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는 특수 목적 모델도 있다는 점만 적어 둡니다.

 

유형 1, 운영 모델 : 회사 전체를 굴려 보는 3개 재무제표 연동 모델

운영 모델이 묻는 것은 "회사 전체가 앞으로 몇 년간 어떻게 굴러가는가"입니다. 손익계산서·재무상태표·현금흐름표 세 개를 수식으로 연결해 회사의 미래 실적을 통째로 추정합니다. CFI는 이것을 가장 기본적인 셋업이자 DCF나 LBO 같은 다른 모델의 기초라고 설명합니다. 마지막 숫자는 서로 연결된 세 장의 추정 재무제표이고, 재무상태표의 자산이 부채와 자본의 합과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검산 셀이 따라옵니다. 스타트업 IR용은 초기 1~2년을 월, 이후를 연으로 섞는 형태가 흔하고, 기업 재무팀은 연 단위 다년 추정이 기본입니다.

 

운영 모델을 구조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세 표 사이의 다리입니다. 손익계산서의 순이익은 재무상태표의 이익잉여금으로 건너가고, 감가상각비는 상각누계액과 현금흐름표로 건너가고, 현금흐름표의 기말 현금은 다시 재무상태표의 현금 계정으로 돌아옵니다. Wall Street Prep은 이 관계를 손익계산서가 말이고 재무상태표가 마차라고 표현합니다. 다리 하나가 끊기면 세 표가 서로 맞지 않고, 그때는 모델이 고장 난 것입니다.

 

 

유형 2, 프로젝트 현금흐름 모델 : 사업 하나를 끊어서 보는 모델

프로젝트 현금흐름 모델(사업수지)이 묻는 것은 "이 사업 하나의 현금흐름만으로 빌린 돈을 갚고 투자자에게 수익을 줄 수 있는가"입니다. 회사 전체가 아니라 공사·운영·매각까지 기간이 정해진 사업 하나를 특수목적법인(SPC) 단위로 끊어내고, 사업 가정·수입·운영비·투자비·조달 조건을 하나의 현금흐름 예측으로 합친 뒤 DSCR·IRR·NPV 같은 지표로 검증합니다(FE.training, Project Finance). 마지막 숫자는 부채 상환에 쓸 수 있는 현금흐름(CFADS)과 원리금 상환 능력을 보는 DSCR·LLCR, 그리고 에쿼티 투자자의 IRR·MOIC입니다. 국내에서 가장 익숙한 형태는 부동산 PF의 사업수지이고, 그 항목 구성은 사업성 검토 글에서 다뤘습니다.

 

이 유형을 규정하는 구조는 비소구(non-recourse)입니다. 상환 재원은 SPC의 프로젝트 현금흐름과 자산뿐이고, 모회사의 신용은 담보가 아닙니다. 그래서 모델의 시작과 끝이 착공에서 매각·청산까지 자산의 수명에 묶여 있고, 공사와 분양 스케줄 때문에 월 단위가 흔하며, 마지막 숫자가 "갚을 수 있는가"를 묻는 비율로 끝납니다.

 

유형 3, 밸류에이션 모델 : 값을 매기는 모델

밸류에이션 모델이 묻는 것은 "이 회사, 또는 이 사업은 얼마짜리인가"입니다.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할인하는 절대가치법(DCF)과 비교기업·비교거래의 배수를 적용하는 상대가치법(멀티플)으로 나뉘며, CFI는 DCF 모델을 회사의 미래 현금흐름의 순현재가치로 가치를 매기는 모델이라고 정의합니다. 마지막 숫자는 기업가치(EV)에서 순부채·소수주주지분·우선주를 차감해 지분가치(Equity Value)를 구하고 희석 주식수로 나눠 주당가치까지 내려가는 이른바 EV→Equity 브리지입니다. 연 단위 3~5개년 추정에 그 이후를 뭉뚱그린 영구가치(터미널 밸류)를 더하는 구조라, 국내 회계법인의 외부평가에서도 절대가치법을 쓰려면 3~5개년 추정 사업계획서를 요구합니다.

 

밸류에이션 모델을 규정하는 구조는 출력이 하나의 숫자, 또는 하나의 밴드로 수렴한다는 점입니다. 운영 모델과 프로젝트 모델이 회사나 사업을 계속 굴려 보는 도구라면, 밸류에이션 모델은 특정 시점의 가치를 산정하는 스냅샷이고, 그 숫자는 거래가나 평가액을 협상하는 근거가 됩니다. 프로젝트 모델과는 둘 다 현금흐름을 할인해 쓰기 때문에 "결국 DCF 아니냐"고 헷갈리기 쉽지만, 차이는 출력의 형태입니다. 프로젝트 모델은 자산 수명 안에서 상환 비율과 에쿼티 수익률로 끝나고, 밸류에이션 모델은 영속기업 가정 아래 영구가치까지 포함해 값 하나로 끝납니다. 앞의 것은 상환과 수익성의 검증이고, 뒤의 것은 가격의 산정입니다.

 

 

유형 4, 예산·자금수지 모델 : 1년 안쪽의 실행 모델

예산 모델이 묻는 것은 "이번 해, 이번 분기를 계획대로 쓰고 있는가"입니다. CFI는 Budget Model을 FP&A가 다가올 연도의 예산을 세우는 데 쓰는 모델로, 보통 월별 또는 분기별 수치를 기준으로 한다고 정의합니다. 부서별 예산과 재예측을 취합해 연간 마스터 예산을 만들고, 실적이 나올 때마다 예산과의 차이(Variance)를 추적하는 것이 이 모델의 일입니다. 회계연도 기준으로 한 번 편성하고 월이나 분기 단위로 갱신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으로 이야기되지만, 이는 해외 교육기관과 소프트웨어 업체의 일반론이고 국내 기업의 편성 주기를 따로 확인한 통계는 아닙니다.

 

다른 네 유형과 달리 예산 모델의 기본 시야는 1년 안쪽이고, 초점은 예측이 아니라 실행의 통제입니다. 운영 모델과 예산 모델은 둘 다 손익 구조를 쓸 수 있어 헷갈리지만, 운영 모델은 시나리오와 민감도로 가정을 흔들어 보는 다년 시뮬레이터이고 예산 모델은 실적이 나올 때마다 예산과 비교하는 통제 도구입니다. 운영 모델(3개 재무제표 연동 모델)에는 이 사후 비교가 없습니다. CFI가 Budget Model을 운영모델과 별도 항목으로 두는 것도 이 차이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유형 5, 거래 모델 : 상대를 설득하는 모델

거래 모델이 묻는 것은 "이 거래를 할 가치가 있는가, 그리고 이 구조에서 내 몫은 얼마인가"입니다. 투자유치, 인수합병(M&A), 차입매수(LBO)의 조건을 설계하고 그 결과인 지분율·인수가·수익률을 계산해 상대방을 설득하거나 내부 의사결정을 뒷받침합니다. CFI는 합병 모델을 인수 후 주당순이익이 늘어나는지 희석되는지(accretion/dilution)를 평가하는 모델로, LBO 모델을 부채 스케줄에 초점을 둔 고급 모델로 설명합니다. 마지막 숫자는 거래 종결 시점에 돈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적은 Sources & Uses, 지분 희석률이나 합병 후 EPS 영향, 그리고 IRR·MOIC입니다. 만드는 사람과 읽는 사람이 하위 유형마다 다른 것은 설득의 상대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투자유치는 대표나 CFO가 투자자와 심사역을, M&A는 딜팀이 이사회와 대상기업 경영진을, LBO는 사모펀드 딜팀이 투자위원회를 설득합니다. 국내 투자유치라면 3~5개년 IR 추정손익이 이 모델의 얼굴이고, 심사역은 그 숫자를 회계 실사와 함께 투자심의위원회의 판단 근거로 씁니다.

 

거래 모델은 밸류에이션 모델이 답한 "얼마가 적정한가" 위에 자금조달 구조와 계약 조건을 얹어 "이 구조에서 내 몫은 얼마인가"를 계산합니다. 그래서 투자유치 모델과 밸류에이션 모델은 둘 다 회사의 미래 실적을 추정하면서도 누가 왜 만드는지가 다릅니다. 투자유치 모델은 창업자와 CFO가 성장 스토리를 설득하려고 만드는 모델이라 고객 수나 채널별 매출 같은 내부 드라이버를 투자자가 검증할 수 있게 쪼개 보여주는 데 힘이 실리고, 밸류에이션 모델은 흔히 제3자인 회계법인이나 평가기관이 법정 요건이나 가격 협상을 위해 만드는 모델이라 방법론의 정합성과 절차적 정당성이 더 중요합니다. 1회차에서 짚은 대로 스타트업 투자유치에서도 투자자 쪽이 별도로 밸류에이션 모델이나 VC Method 같은 약식 산정으로 창업자의 숫자를 검증하는 경우가 있어, 같은 거래에 두 모델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가 그 모델의 어디를 먼저 보는지는 뒤 회차에서 다룹니다.

 

 

선택 기준 비교표 : 누가 읽고, 마지막 숫자가 무엇인가

유형 만드는 사람 읽는 사람 핵심 산출물 기간 단위
① 운영 모델(3개 재무제표 연동 모델) 재무팀(FP&A), 스타트업 대표·재무 담당자 경영진, 이사회, 자금조달 시 투자자 연결된 추정 손익계산서·재무상태표·현금흐름표 월→연 혼합 또는 연 단위 다년
② 프로젝트 현금흐름 모델 시행사·자산운용사, 자문사 대주단, 신탁사, 시공사, 에쿼티 투자자 CFADS, DSCR·LLCR, 에쿼티 IRR·MOIC 사업 기간 전체(착공~매각), 월 단위 스케줄
③ 밸류에이션 모델(DCF·멀티플) 회계법인 밸류에이션팀, 투자은행 애널리스트 거래 당사자, 법원, 과세당국, 감사인, 투자자 EV→지분가치 브리지, 주당가치 연 단위 3~5개년 + 영구가치
④ 예산·자금수지 모델 FP&A 애널리스트·매니저 CFO, 부서장, 경영진 연간 마스터 예산, 월별 자금수지, 실적 대 예산 차이 회계연도 편성 + 월·분기 갱신
⑤ 거래 모델(투자유치·M&A·LBO) 대표·CFO(투자유치), 투자은행·사모펀드 딜팀(M&A·LBO) 투자자·심사역(투자유치), 이사회·투자위원회(M&A·LBO) Sources & Uses, 희석률·합병 후 EPS 영향, IRR·MOIC 딜 시점 스냅샷 + 보유기간 3~7년

 

자기 상황을 찾을 때는 질문 세 개면 충분합니다. 이 모델을 마지막에 읽고 결정하는 사람이 누구인가, 그 사람이 보는 마지막 숫자가 무엇인가, 그 숫자의 시야가 얼마나 긴가. 마지막 숫자가 세 장의 재무제표면 운영 모델이고, 상환 비율이면 프로젝트 모델이고, 가치 하나면 밸류에이션 모델이고, 예산과의 차이면 예산 모델이고, 수익률과 지분율이면 거래 모델입니다. 운영 모델 위에 DCF 시트를 얹어 밸류에이션으로 확장하는 것처럼 한 모델이 두 역할을 겸하기도 하지만, 주된 독자와 마지막 숫자는 하나로 정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지도로 돌아가면, "재무모델을 만들자"는 "지도를 만들자"와 같은 말입니다. 누가 어디로 가려는지가 정해지면 등고선을 그릴지 환승역을 그릴지는 저절로 정해지고, 엑셀을 여는 것은 그다음입니다.